이순신 호국길은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의 유해가 최초로 육지에 오른 관음포에서 노량마을의 충렬사까지
운구 행렬이 지나간 길이다. 총 6.7㎞ 구간의 호국길에는 바다와 숲의 속삭임과 함께 역사의 숨결이 가득하다.
길은 대체로 평탄하고 쉬운 편이다. 보통 걸음으로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이순신 호국길은 남해 바래길의 제13 코스로 조성됐다. ‘보물섬’으로 불리는 남해 섬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충정과 옛 선인들의 삶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걷는 길이다.
남해대교를 건너자마자 나타나는 남해의 첫 동네, 노량마을의 충렬사에서 오늘의 여정을 시작한다.
노량마을에는 ‘어서 오시다~’라는 듣기에도 정겨운 인사말이 여행객을 반긴다.
먼 옛날 서울에서 멀다는 이유 때문에 유배지로 이름 높았던 남해에는 이처럼 남해만의 토속어가 많이 남아있다.
충렬사를 지나면 바닷가 해안길을 따라 감암마을, 월곡마을이 차례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왼쪽 능선길로
접어든 뒤 3㎞ 정도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차면항이 나타나고, 곧이어 이 충무공 유적이 있는 관음포다.
관음포에는 역사·관광·체험 공간인 이순신 순국공원이 잘 조성돼 있고 이순신 장군 탄신일에 맞춰 호국제전이
열린다. 호국길 전체 구간을 걷지 않더라도 아이와 함께 꼭 한번 찾아볼 만한 곳이다.
이순신 호국길의 들머리인 노량마을은 남해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다가서는 남해의 얼굴이다.
벚꽃터널과 튤립 정원을 지나 노량마을로 내려오면 이순신 장군이 관음포에서 전사한 후 시신을 잠시 모셨던
충렬사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시신은 이곳에 안치돼 있다가 전라땅 고금도를 거쳐 외가동네인 아산 현충사 자리에 운구돼
안장됐다. 충렬사에는 이순신 장군이 3개월간 묻혔던 자리에 가묘가 전해 오고, 우암 송시열의 추도사가 새겨진
묘비가 남아 있어 남해 사람들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로 남아있다. 충렬사 앞에는 실물 크기의 거북선이 떠 있다.
길은 바닷가를 따라 난 산책로로 이어지다가 남해대교 아래쪽에서부터 걷기 편한 포장도로로 연결된다.
오른쪽으로 노량해협의 거센 물살을 가르는 남해대교와 노량대교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노량대교는 주탑 두 개가 브이(V)자 모양을 한 세계 최초의 기울어진 현수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두 다리의 조화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남해대교 아래쪽에 조성된 화단 맞은편에는 전망대로 올라가는 덱 길이 조성돼 있다. 전망대는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 아랫길을 지나면 곧바로 감암마을이다. 수협 위판장마저 거북선 모양을 하고 있어 이곳이
임진왜란 최후의 격전지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감암마을, 월곡마을의 바다 건너편에는 멀리 하동 화력발전소와 광양제철소, 여수 율촌산업단지 등을 배경으로
노량해협의 작은 섬들이 오목조목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를 오가는 어선들과 갯벌 위의 왜가리, 바지락을
캐는 어민들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처럼 여행자를 반긴다.
월곡마을에서부터 길은 이락산을 통과하는 3㎞ 정도의 숲속 길로 들어선다. 이락산 자락을 지나 차면항으로
이어지는 길은 낙엽이 수북이 쌓인 숲길이다. 편백과 소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향긋한 봄내음에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숲길 다음에 나타나는 2차로 도로는 새 길이 나면서 원래 쓰임을 잃은 옛 국도다. 이순신 호국길은 옛 국도
중간쯤의 쉼터에서 오른쪽으로 향한다. 울창한 숲길을 통과하면 관음포 앞바다의 탁 트인 조망이 탄성을
자아낸다. 수확을 앞둔 마늘밭 사이로 난 능선길을 지나 차면항으로 내려서면 눈앞에 이순신 순국공원이
지척이다.
순국공원으로 향하는 바다길에는 장군의 명언이 담긴 안내판들과 함께 노량해전의 희생자 혼을 위로하듯
솟대가 군데군데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순국공원은 이순신 장군의 시신이 처음 뭍으로 올라온 관음포에 조성된 추모공간이다. 원래 이락사(李落祠)와
노량해전의 전장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첨망대만 있었으나, 이제 이순신 순국공원으로 완전히 모습을 바꿨다.
순국공원에는 노량해전 당시의 모습을 4천여 장의 분청 도자기에 그려낸 초대형 벽화와 함께 이순신 장군
동상이 늠름하게 서 있다.
거북선을 형상화한 이순신 영상관에서는 임진왜란과 노량해전에 대한 3D 입체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이락사에는 이순신 장군 영정과 함께 ‘큰 별이 바다에 잠겼다’는 뜻의 대성운해(大星隕海)란 현판이 눈에 띈다.
빠뜨리지 말아야 할 곳은 이락사에서 첨망대로 향하는 600m 구간의 소나무 숲길이다.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동백나무가 빨간 꽃망울을 터뜨리는 숲길 끝에 서면 노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관음포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첨망대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유달리 붉고 아름답다. 그 옛날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들의 가슴은 저보다
더 붉게 타 올랐으리라. 노을도, 붉게 물든 여운도 400여년 전 이 땅과 바다가 간직한 아픔을 소리없이
웅변하는 것만 같다.
어떻게 찾아가나
관음포의 이순신 순국공원과 남해 충렬사 두 곳 중 어디에서 출발해도 좋다. 자동차를 가지고 갈 경우에는
남해대교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충렬사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남해고속도 진교 나들목을 나와 20분 정도 가면 남해대교와 노량대교가 보인다. 남해대교를 건넌 뒤
1㎞가량 직진하다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교차로 입구에 있는 노량공원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이순신 순국공원은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잘 조성돼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입장료와 주차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오토캠핑장도 따로 마련돼 있다.
부산으로 돌아올 때는 남해읍을 지나 창선~창선포대교를 거쳐 남해고속도 사천 나들목을 이용하면 죽방렴 등
남해의 풍경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먼저 부산 사상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해로 간 뒤 군내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사상 터미널에서 남해까지는 오전 6시20분 첫 차를 시작으로 40분~1시간 간격으로 하루 14(주중)~16회(주말)
시외버스가 운행한다.
남해읍에서 노량마을까지는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농어촌 버스가 다닌다. 이순신 순국공원은 대중교통 이용이
여의치 않다.
남해읍에서 이순신 순국공원까지는 택시를 이용하고, 이순신 호국길을 완주한 뒤 노량마을에서 군내 버스를
타고 다시 남해읍으로 이동하는 것이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