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편집:추억나무
다듬이소리
산허리 타고 넘듯
울 넘어 동네를 휘돌아 골짝을 쓸어가며
내려 보는 구름처럼
올려 보는 아이처럼
모두에게 울리는
그런 다듬이소리 들어 보셨나요
아무도 듣지 못하는
형체도 없고 냄새도 없는
그냥 생각의 깊이로 훌터 올라
빗 가락이 되었다가
낙엽 소리 되었다가
그대 곁을 스치는
그런 소리 들어 보았나요
끊일 듯 이어지다
폭풍으로 일어서고..
잔잔한 호수 실버들 가지처럼 간질이다가
번개처럼 번득여 내려치는 그 소리..
백년을 뛰어 넘어 지금도 같은 음으로
때론 멀리서
때론 가까이서
끝간데 없이 퍼져가는 저 보이지 않는 소리
이채 삼채 되었다가
오방진 굿거리로
잦은가락 몰아가다
휘몰이돌아 신들리듯
장구가락 처럼 몰아치는 그 소리
님들 곁에 다가온
저 자근자근 발걸음
사쁜사쁜 뛰어노는 그 속에
손 들고 귀 열고 어서 어서 들어요
그리고
오늘 행복의 미소로 잠 드세요
어딘지 모를 아득한 곳의
누군지도 모르는 분이 전하는 그 소리를 귓가에 걸치고
그 속에 님 목소리를 실어 보낸
그 감동을 가지고 이불을 펴세요
출처:http://cafe.daum.net/sanyakcho
[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69) 애환 깃든 다듬잇돌 소리
예로부터 삼희성(三喜聲)이라 하여 세 가지 듣기 좋은 소리가 있었답니다. 아이 우는 소리, 글 읽는 소리, 다듬이질 소리가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 다듬잇돌에 얹은 옷감을 양 손에 각각 잡은 나무방망이로 칠 때 울리는 경쾌한 소리는 건강한 생명력과 주부의 부지런함 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더불어 한국 여인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는 소리이기도 하지요.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엮은 조선시대 생활경제 백과사전인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옷감에 따른 다듬이질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답니다. 다듬이질을 하려면 먼저 옷감에 풀을 먹인 다음 완전히 말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면 풀이 서고 올이 잘 펴지기 때문이랍니다. 그런 다음 물을 손에 조금씩 묻혀 골고루 뿌리거나 물을 입으로 뿜어내지요. 물을 축인 빨래는 대강 접어서 빨랫보에 싸놓아 물기가 골고루 퍼지도록 잠시 기다린 뒤 솔기(옷감의 끝과 끝을 맞대고 꿰맨 줄)를 맞추어가며 다시 접습니다. 이것을 다시 빨랫보에 싸서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한참 동안 발로 밟으면 빨래의 굵은 주름이 펴진답니다. 그런 다음 보자기에 싼 빨래를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를 잡고 두드립니다. 다듬이질은 한 명 또는 두 명이 하는데 두 명이 하는 경우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마주앉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었답니다. 시어머니는 집안 대대로 내려온 엄한 가풍을 무언으로 전하고, 며느리는 고된 시집살이의 설움을 방망이를 두드리는 것으로 해소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고부(姑婦)의 다듬이질 소리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다듬잇돌은 단단한 화강암이나 곱돌 등을 재료로 직육면체형으로 만들었으며 밑면의 네 모서리에는 네 개의 짧은 다리를 두었습니다. 윗면은 고운 옷감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반들반들하게 했지요. 충청도와 함경도 지역에서는 박달나무 등으로 만들어 ‘다듬잇대’라고 부르기도 했다는군요. 옷감을 말아 두는 홍두깨와 방망이 역시 박달나무가 주요 재료였답니다. 다듬잇돌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활도구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하는 내용의 속담이 많습니다. ‘다듬잇돌을 베고 누우면 입이 비틀어진다’ ‘다듬잇돌에 올라앉으면 소박을 맞는다’ ‘다듬잇돌을 베고 자면 혼인 이야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등등. 다듬잇돌의 역사는 조선시대 이전으로 올라갈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하는 유물이 없어 짐작만 할 뿐입니다. 올해로 개관 35주년을 맞은 한국자수박물관(관장 허원실)이 측면에 ‘多男’(다남) ‘富貴’(부귀)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다듬잇돌 29점을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답니다. 길이 52∼68㎝, 높이 6.5∼10㎝로 조선시대 말기 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개성 지역 것이라는군요. 여성들의 미적 감각이 어우러진 문양과 채색 등 다듬잇돌 연구에 귀중한 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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