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고의 기록문화유산으로 꼽히는 팔만대장경 대장경판 진본이 공개된다. 경남 합천 해인사와 인근의 대장경테마파크에서 11월 1일까지 열리는 '2017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통해서다. 이번에 최초 전시되는 대반야바라밀다경 대장경판. 양보라 기자
우리나라에는 무려 2만1000개가 넘는 사찰이 있다. 하루 한 군데씩 들른다고 가정해도 장장 57년이라는 긴 세월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많은 사찰 중 일생에 꼭 한번은 들러봐야 할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 삼보(三寶) 사찰이라고 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삼보사찰은 문자 그대로 보물과 같은 3개의 사찰을 가리킨다. 부처님 사리를 모신 경남 양산 통도사와 16명의 국사(國師)를 배출한 전남 순천 송광사가 꼽힌다. 그리고 삼보사찰의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하는 곳이 경남 합천 해인사다.
해인사 맨 꼭대기에 자리한 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목조건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양보라 기자
해인사가 명찰(名刹)로 꼽히는 이유는 우리가 짐작하는 바대로다. 우리나라 불교 문화재의 정수 팔만대장경(합천 해인사 대장경판·국보 32호)이 해발 700m 가야산 중턱 해인사 장경판전(국보 52호)에 봉안돼 있다. 불심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고려 고종 23년(1236년)부터 16년에 걸쳐 제작된 8만1350장의 목판은 현재까지 소실돼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대반야바라밀다경 특별전서 최초 공개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본 적 없는 보물
11월 1일까지 경남 합천 대장경테마파크서
해인사 마애불 입상·신라왕 어수정도 공개
팔만대장경은 여러모로 전설과 같은 문화재로 손꼽힌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완성도에서 찾을 수 있다. 층층이 쌓으면 높이 3250m로 백두산(2744m)보다 높으며, 한 줄로 이으면 150리(60㎞)까지 이어지는 대장경판의 오탈자율은 놀랍게도 0.0003%에 불과하다. 수령 40년 이상 된 나무를 골라 벌목하고, 바닷물로 쪄내 진을 제거하고, 1년여간 정성스레 말렸다가 각수(刻手)가 한자 한자 새길 때마다 절을 올리는 정성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했을 일이다.
장경판전 중정. 평소에는 중정 안에서 창살을 통해 팔만대장경의 옆모습만 볼 수 있다. 양보라 기자
하지만 이 위대한 문화재는 또 다른 의미에서도 전설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누구도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 말이다. 팔만대장경을 구경한답시고 해인사를 방문했다간 허탈해지기 일쑤다. 안타깝게도 현재 일반 관람객이 팔만대장경의 글씨가 새겨진 부분을 볼 방도는 없다. 대장경을 보관한 건물 장경판전(국보 52호)의 창살 틈으로 빽빽하게 꽂힌 목판을 바라보는 게 관람의 전부다. 낙산사(2005년)·숭례문(2008년)·화엄사(2012년) 등에 연이어 방화사건이 터지자 해인사 측은 2013년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장경판전의 중정(中庭·마당) 입구를 통제했다. 2017년 1월 겨우 제한을 풀어 장경판전 바깥쪽, 장경판전 중정에서 창살 사이로 팔만대장경을 희미하게 느낄 수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