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 청산도에는 구들장을 논바닥 밑에 설치하고 그 위에 진흙으로 틈새를 메워 만든 논 5㏊가 있다. 돌이 많아 물 빠짐이 심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려고 논 밑에 통수로 역할을 하는 구들장을 둔 것이다. 400년의 역사를 가진 구들장 논은 지금까지 청산도에서만 발견됐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돌담 밭’의 돌담은 강풍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려고 고려시대부터 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현무암으로 만든 돌담을 모두 이으면 10만리에 달한다 해서 흑룡만리(黑龍萬里)라 부른다.
이처럼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농업자원이 국가차원에서 첫 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 시·군으로부터 추천된 64건의 농업유산 가운데 청산도의 ‘구들장 논’과 제주도의 ‘돌담 밭’을 국가 중요농업유산 1·2호로 지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심사는 ▲100년 이상의 전통성 ▲국제적·국가적·지역적 수준의 대표성 ▲수려한 경관 등 관광을 위한 상품성을 필수조건으로 서류심사와 현장심사, 농어업유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선정하는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2월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FAO는 2002년부터 계승해야 할 중요한 농업이나 생물다양성을 가진 자연·농업 보존지역을 해당 국가로부터 신청받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경지면적이 적고 돌이 많아 물 빠짐이 심한 청산도의 열악한 농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구들장 논에서는 주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멸종위기 2급 판정을 받은 '긴꼬리 투구새우'가 서식하고 있기도 하다.
청산도에는 이밖에도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일정기간 짚으로 덮어 두었다가 나중에 뼈만 골라내어 묻는 장례방식인 '초분' 문화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
'서편제', '봄의 왈츠' 등 촬영 배경이 된 유채꽃과 어우러진 돌담, 바다에 돌을 쌓아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전통어법인 '독살', 청동기시대 유물인 고인돌 등 다양한 농어촌 유산자원이 있다.
국가농업유산 제2호로 지정된 '제주도 흑룡만리 돌담 밭'은 제주 현무암으로 만든 2만2000여㎞에 달하는 밭 주변의 담으로서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제주 돌담을 '세계적인 명물'로 예찬한 바 있다.
밭 돌담은 바람이 많은 제주 기후로부터 작물 보호, 토양과 씨앗의 비산 방지, 우마들의 농경지 침입 방지 및 소유지의 구획을 위해 고려시대 고종 때부터 형성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시커먼 제주 돌담을 모두 이으면 10만리까지 간다고 해 '흑룡만리(黑龍萬里)'라 부르기도 하며, 이 돌담을 통하여 척박한 자연환경과 맞서 싸운 제주인의 개척정신과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제주 돌담은 쌓아있는 모양에 따라 외담(한줄 담), 접담(두줄 담), 잣벡담(넓게쌓은 담), 잡굽담(하단은 작은 돌, 상부는 큰돌로 쌓은 담)이 있다.
또 쌓아있는 위치에 따라 축담(초가의 외벽에 쌓은 담), 올레담(초가로 들어가는 길목에 쌓은 담), 돌담밭(밭담, 밭의 경계에 쌓은 담), 환해장성(바다와 육지경계지점에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담), 개담(원담, 고기잡이를 위해 쌓은 담), 산담(분묘의 훼손을 막기 위해 쌓은 담), 불턱(해녀들이 물질을 할 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불을 피워 몸을 말리는 공간을 둥그렇게 에워싼 담) 등이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돌담밭은 기능·특성상 세계적으로 독특하고 희귀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잠재적 가치와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훼손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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