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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답사기

[주말 문화예술 기행] 나 혼자 하루 동안의 미술관 산책/정지용 '향수' 100리길을 달리다

문화재방송 2016. 11. 2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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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간다, 미술관 산책

고된 업무, 잦은 야근에 지친 20대 후반의 직장인. 평일 과감히 회사에 하루 휴가를 냈다.
오늘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을 아무런 방해 없이 나 혼자 실컷 구경해야지. 사진 대신 눈으로 작품을 보고, 스마트폰 대신 수첩에 생각을 적기로 한다.


삼청동~통의동~평창동에서 하루 동안 예술품 실컷 보기

3년 차 직장인 김미영(29)씨는 고된 업무, 잦은 야근에 지쳤다. 이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녀. 평일 과감히 회사에 하루 휴가를 냈다. 오늘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미술관을 아무런 방해

없이 나 혼자 실컷 구경해야지. 하루 종일 걸을 예정이니 옷은 따뜻하게, 가방은 가볍게 그리고 신발은

편한 것으로 챙겨 신는다. 사진 대신 눈으로 작품을 보고, 음악 대신 세상 소리 듣고, 스마트폰 대신 

수첩에 생각을 적기로 한다.

불필요한 새김을 절제해 원형의 아름다움을 살린 작품을 선보인 조각가 김종영. 그의 20주기를 기념해 설립된 평창동 미술관은 그가 추구하던 미학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불필요한 새김을 절제해 원형의 아름다움을 살린 작품을 선보인 조각가 김종영. 그의 20주기를 기념해 설립된 평창동 미술관은 그가 추구하던 미학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10:00

소격동 지나 삼청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오늘의 '문화 여정' 첫 번째 무대다. 크고 작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모여 있는 이곳은 여러 갤러리로 가득한 미국 뉴욕의 '첼시'를 연상시킨다. 저 멀리 북

악산이 보인다. 노란 낙엽으로 수놓은 삼청동길 자체가 작품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작품 전시를 하는

갤러리 또는 화랑이 많다. 대부분은 별도 입장료 없이 운영된다. 가장 먼저 현대화랑으로 들어갔다.

'장갑 작가'로 유명한 정경연의 전시가 한창이다. 캔버스 위에 면장갑을 이어 붙이는 등 장갑을

사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던 예전 작업과는 달리 화려한 채색이 인상적이다.

이어 붉은 벽돌집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터에 들어선

미술관이다. 이곳에선 '올해의 작가상' 등 전시 여섯 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조금 난해한 전시가

대부분이다. 오디오 가이드(3000원)를 빌린다. 모든 작품을 꼼꼼히 보면 하루로도 부족하다. 관심

가는 것만 둘러봤는데도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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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바라캇 서울에선 컬렉터이자 작가인 파예즈 회장이 그린 추상 그림과 그가 모은 고대 유물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파예즈 회장은 고대 예술 컬렉션 4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갤러리라고 해 미술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청동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바라캇 서울'은 박물관급

고대 예술 컬렉션을 소장한 곳.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 온 고대 예술품이 전시돼 있다. 규모는 작지만

알차다. 갤러리 앞엔 형형색색 물감이 뿌려진 자동차가 있는데 이곳 미국인 회장이 몰던 벤틀리 차다.

파예즈 회장은 "내가 타던 차에 직접 물감을 뿌려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작품값이 원가보다 

10배 넘게 뛰어올랐다"며 웃었다.

13:00

늦은 점심을 먹는다. 삼청동 길목에 있는 카페이자 복합 문화 공간인 '보드레 안다미로'로 들어가니

고소한 빵 냄새가 물씬 풍겼다. 오래간만에 밥 대신 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핸드 드립 커피와 빵을

주문한 뒤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은 카페 겸 전시장으로 한 번도 전시를 하지 못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욱 정감 가는 작품이다. 피아노를 전공한 사장 덕에 매장 안은

피아노 음률로 가득 찬다. 삼청동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고, 그림과 음악을 감상하니 이것이야말로 

 '지상 낙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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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 리안갤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화가 토니 베번의 전시장 전경. 국내에 잘 안 알려진 ‘숨은 작가’를 주로 소개한다./이경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14:30

이번엔 경복궁 담장을 벗 삼아 광화문 쪽으로 향한다. 한복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지나쳐 통의동으로
들어가면 언제 북적거렸느냐는 듯 다시 조용한 거리가 나타난다. 갤러리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옛 골목
사이를 걷는 것도 통의동이 주는 재미. 길을 걷다 검은색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노란색 호박을 마주했다.
진화랑의 트레이드마크인 야요이 구사마의 호박 작품이다. 전시장에선 건축가 승효상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건축에 대해선 문외한이지만,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들러야 할 전시다. 이곳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는 리안갤러리는 골목에 숨어 있다. 지붕 위에 서 있는 인체 조형을 찾아가면 된다. 지금 열리는 영국
화가 토니 베번을 포함해 국내에 잘 안 알려진 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주로 열린다.

16:00

마지막 목적지인 평창동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통인시장 종로구보건소에서 1711번 버스를 타고
평창동 삼성아파트에서 내렸다. 내린 곳에서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목적지에 도달한다.
파른 언덕길에 지쳐갈 때쯤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이름이나 표시는 따로 없다. 조
용한 동네에 있어 지나치기 쉽다. 평창동엔 김종영미술관, 토탈미술관, 가나아트센터 등이 있다.
미술인 100여 명이 산다고 하는 이곳은 미술인 동네라고도 불린다. 미술관 규모 자체가 크고 멋스러워
건물 자체가 '작품'인 곳이 대다수다.

김종영미술관은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라 불리는 김종영(1915~1982)의 20주기를 기념해 세워진
조각미술관. 본관 '불각재'는 2003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2004년 건축가 협회 특별상을 받았다.
작품보단 건축물에 눈길이 더 가는 곳이다. 미술관 정원으로 나가니 김종영의 조각을 크게 재현한
작품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었다. 정원도 좋지만, 통유리로 된 미술관 2층 창문에서 바라보는
바깥도 멋스러웠다.

18:00

김종영은 '불각(不刻)의 미(美)'를 추구했다. 불필요한 새김을 절제해 원형의 아름다움을 살린다는
뜻이다. 미술관에서 나와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 그리고 다음 날이면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지금,
그가 추구한 미학을 붙잡기로 다짐한다.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마음 상하지 말고, 나의 있는 모습 그
대로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자는 생각과 함께.

'딱딱한 미술관' 싫다면… 야외 전시장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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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조각과 나무 100여 종이 어우러진 성곡미술관 조각 정원. 계절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미술관이라 하면 흰 벽에 작품이 다닥다닥 걸려 있는 공간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미술관에 익숙하지 않거나 어렵게 느낀다면 야외 전시장에 가보는 게 좋다. 자연과 작품이 어우러져 한결 상쾌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야외 미술관'이다.

서울 옛 경희궁 터인 경희궁길에 자리한 성곡미술관은 광화문에서 불과 몇백m 떨어진 곳에 있다. 1995년에 지어진 사립 미술관이다. 제1·2전시장 사이에 있는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조각 정원이 나타난다. 김윤화, 조성묵 등의 조각 작품이 100여 종 나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도심 속 작은 숲이다. 정원을 한 바퀴 도는 데 10분이 채 안 걸린다. 차 소리보단 새소리, 비가 온다면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전시를 관람하면 정원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정원만 가길 원하면 티켓 부스에서 입장권(음료 한 잔 포함 5000원)을 사면 된다. 월요일 휴무.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02)737-7650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도 숨겨진 정원이 있다. 조선 시대 세워진 정자로 200년 전 흥선대원군의 쉼터였던 석파정(石坡亭)이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26호인 이곳은 현재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야외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년 1월 15일까지 석파정 야외 공원에서 진행되는 '거닐다, 숲'전(展)에선 조각가 김우진, 김원근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예술은 물론 마지막 가을 잎새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관람료 9000원. 월요일 휴무. 종로구 부암동 201. (02)395-0100

晩秋… 자전거 트레일러 여행, 정지용 '향수' 100리길을 달리다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여행을 충북 옥천, 정지용 생가에서 시작하기로 한 건 순전히 시 '향수' 때문이다.
시와 37번 국도와 대청호와 금강 변이 펼쳐진 50㎞ 남짓한 길을 따라가다가, 쉬고 싶을 때 쉬고, 눌러앉고 싶을 때 퍼질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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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뉴스콘텐츠팀

  • 황금빛 게으른 울음소리 들리는 듯… 가는 곳마다 詩

    온 지구가 서둘러 이사 가는 계절, 짐을 꾸리고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노래했던 곳으로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 옥천 정지용 생가서 시작
    37번 국도와 대청호·금강변 따라 50㎞

    향수(鄕愁)는 갈 수 없을 때 가장 짙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흙에서 자란 마음이 집을 잃을 때, 문득 몸이 허할 때 오한처럼 스미는 것. 시인 정지용이 젖은 눈으로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노래했던 것. 고향이 없는 자는 없으며, 그것은 지명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다. 만추(晩秋). 온 지구가 서둘러 이사 가는 계절. 짐을 꾸려라. 그리고 페달을 밟는 것이다. 자전거에 실린 그 조촐한 이삿짐은 발길 닿는 모든 향수의 길목에 부려놓을 세간이 되리니.


    지난 11일 찾은 충북 옥천 ‘향수100리 자전거길’.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매달고 호수와 산과 한적한 논밭이 펼쳐진 시골길을 달린다. 들판은 비어도 색을 남기고, 스스로 풍경이 된다. 저 풍경 어디서든 마음 내키는 곳에 멈춰 자리를 깔면 거기가 곧 거처가 되는 여행. /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일 찾은 충북 옥천 ‘향수100리 자전거길’.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매달고 호수와 산과 한적한 논밭이 펼쳐진 시골길을 달린다. 들판은 비어도 색을 남기고, 스스로 풍경이 된다. 저 풍경 어디서든 마음 내키는 곳에 멈춰 자리를 깔면 거기가 곧 거처가 되는 여행. /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여행을 충북 옥천, 정지용 생가에서 시작하기로 한 건 순전히 시 '향수' 때문이다. 90년 전에 시인이 된 남자의 이름 때문이고, 이곳의 '향수 100리 자전거길' 때문이다. 시와 37번 국도와 대청호와 금강 변이 펼쳐진 50㎞ 남짓한 길을 따라가다가, 쉬고 싶을 때 쉬고, 눌러앉고 싶을 때 퍼질러질 것이다. 차에 싣고 온 자전거를 내리고, 자전거 뒤에 트레일러를 연결한다. 그 위에 텐트·침낭·코펠·식기류 등 15㎏ 정도 무게의 짐을 올린다. 정지용 생가 앞에 감나무 한 그루 서 있다. 까치밥으로 남은 홍시 몇 개. '까마귀야 까마귀야/ 우리 남궤 웨 앉았나.'(홍시) 움직일 시간이다. 페달을 밟는다. 묵직하니, 이제야 뭔가 떠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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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에서 내려 트레일러를 바라본다. 짐 무게 때문에 달리는 게 녹록지 않지만 배낭 멘 채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하다.

    10분쯤 달리면 교동저수지가 나온다. 가을볕을 받아먹은 물이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데크 길을 따라 여유로운 평지 구간이 펼쳐진다. 명색이 자전거길이라곤 하나, 대부분 국도 변. 출발 20분 만에 내리막길에서 크게 굴렀다. 전날 내린 비로 노면이 미끄러운 데다, 젖은 낙엽이 많아 자전거가 자주 휘청댄다. 트레일러의 무게 탓에 내리막에선 무섭게 속도가 붙는다. 도로에 이동 차량이 많지는 않으나,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넘어진 데가 자꾸 쓰리다. '뉘우침이야 가장/ 행복스런 아픔이여니!'(뉘우침) 진정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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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계관광지 내 대청호가 정면으로 펼쳐진 억새밭 근처에 짐을 풀고 쉰다. 바람 불 때마다 이파리 서걱거리는 소리가 자장가처럼 귀를 달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낮잠 좀 자다가 여행을 계속하기로 한다. /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이후 속도를 조절하며 조심조심 간다. 30분쯤 가면 장계관광지가 나온다. 1986년 대청호 주변 6만평 부지에 조성됐는데, '긴 시냇물'이라는 뜻의 장계(長溪)가 대청호에 이르러 덩치 큰 절벽과 어울리니 제법 웅장한 풍광을 자아낸다. 지용은 호수를 노래하는 시를 많이 남겼는데, 이곳 바위며 조형물이며 곳곳에 지용의 시가 적혀 있다. 바람이 촉촉하니, 잠시 쉬었다 가야겠다.

    억새밭 근처에 트레일러를 몰고 가 접이식 의자와 탁자를 편다. 나부끼는 억새가 성냥 같다. 바람이 성냥을 켜니, 대청호 너머 절벽에 단풍이 불붙는다. 그 불이 하나 둘 물 위로 떨어진다.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밖에.’(호수) 나무에서 까마귀가 운다.

    한참을 달려 안남면사무소를 지나 10분쯤 더 가면 둔주봉. 해발 384m의 이 봉우리 꼭대기에 서면 한반도 지형을 닮은 산자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자전거를 잠시 세워두고 등산 모드로 전환. 얕은 산인 줄 알고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가파르다. 보폭을 넓게 했는데도 정상까지 25분 정도가 걸린다. 정상에 닿으니 진짜 좌우 반전된 한반도 지형의 산자락이 내려다보인다. 금강 줄기가 그 산을 휘돌아 나가고 있다. 등산객들이 전부 이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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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금강변 자갈밭에 자전거를 몰고 가 텐트를 친다. 물을 끓여 차를 마신다. 손바닥만 한 손전등을 켜고 책도 한 권 읽는다.

    이제부터 금강휴게소까지 여유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해 9월 한국관광공사에서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30’을 선정해 발표하면서 “‘향수 100리 길’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자전거길 구간”이라고 발표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안남면 연주리~지수리 구간은 정말 황금빛 게으른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한 길이 펼쳐진다. 가끔 소의 흔적(?)이 바퀴를 가로막지만, 어디선가 볏짚 타는 냄새가 찬 바람에 실려올 때 코가 맑아진다. 막 푸른 싹을 내밀고 있는 보리밭과 억새의 늙은 털이 선명한 조화를 이룬다.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길에서 불렀노라.’(옛 이야기 구절)

    담 낮은 집들을 병풍처럼 두른 비포장길을 건너 오른편에 금강 변이 펼쳐지는 완만한 평지 구간이 나온다. 공사 구간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천천히 달린다. 오후 6시쯤 되니 해가 진다. 멀리 금강휴게소가 불을 켠다. 더 달리면 고인돌이 있는 안터 선사공원이 나오는데, 여길 돌아 출발지로 돌아가면 코스 완주다. 하지만 완주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다리도 뻐근한데, 근처 자갈밭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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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둔주봉 정상에서 바라본 한반도 지형을 닮은 산자락.

    ‘인기척 그친/ 다리 몫에 다다르니/ 발아래선 졸졸졸 잔물결/ 호젓한 밤 이야기에 짙어 간다.’(석취) 짐을 부려놓고, 의자와 탁자를 꺼낸다. 물을 끓이고, 집에서 가져온 원두를 조금 덜어 휴대용 그라인더에 넣고 천천히 간다. 까맣고 진한 곡식의 향수가 피로를 잠재운다. 물을 붓고 기다렸다가, 한 모금 입으로 흘려 넣는다. 어쩌면 이 순간을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것일지 모르겠다. 오후 7시가 되자 사방이 캄캄해진다. 산등성이가 자세한 윤곽을 잃고 자전거 타이어처럼 둥글어진다. 텐트를 친다. 침낭을 깔고, 휴대용 랜턴을 켠다.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향수)이 서툴게나마 완성된다. 늦가을의 밤, 11월이 가고 있다.

    ※기사 본문에 인용된 시는 모두 지용의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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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용 생가 옆 정지용 동상.

    ■정지용 생가 두 동의 초가집과 흙 돌담으로 이뤄진 작은 집. 집 앞에 시 ‘향수’ 첫 문장에 등장하는 실개천이 흐르고, 집 옆에는 동상이 들어선 작은 공원과 문학관이 있다. 옥천읍 하계리 40-1. (043)730-3588.

    장계관광지 옥천군 안내면 장계리 산7-1. 문의 옥천군청 문화관광과 (043)730-3411



    사랑의자전거 옥천사랑복지센터 옥천역 앞 자전거 대여소. 자전거 200대 보유. 1일 대여료 성인 1만5000원. 헬멧·장갑은 무료.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힘에 부칠 경우 전화하면 무료로 픽업해준다. 내년 1월 정지용 생가가 있는 옥천 구읍으로 이전 예정. (043)733-1319.

    ■선광집 1962년에 문을 연 생선국수 전문점. 생선국수(5000~6000원)와 도리뱅뱅이(7000~1만5000원)가 유명하다. 첫째·셋째 주 월요일 휴무. 옥천군 청산면 지전리 162-8.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043)732-8404



    [문화재방송 캠페인]문화재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숨 쉬고 있습니다.
    "문화재를 사랑하는 마음은 애국심입니다."
    휴일이면 가족과 더불어 각종 문화재와 함께 하여 민족의 숨결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