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촬영. 편집.내레이션:문화재사랑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예술가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작품 중 최고 걸작을 꼽으라면 1844년 제주도 귀양살이 때 그린 ‘세한도’(歲寒圖·국보 180호)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가로 69.2㎝, 세로 23㎝ 크기인 이 작품은 사제 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청나라에서 귀한 책들을 구해준 제자 이상적의 인품을 겨울에도 꿋꿋한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 답례로 그려준 것이지요.
한 채의 집을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주위를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함으로써 극도의 절제미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께 완당(阮堂)이라는 호를 적고 도장을 찍어 놓았습니다. 거칠고 메마른 붓질을 통해 추운 겨울의 분위기를 맑고 청절하게 표현한 것이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인화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상적은 세한도를 청나라에 가져가 학자 16명의 제영(題詠·제목을 붙여 쓴 시)을 받았답니다. 이후 이상적의 제자인 역관 김병선이 가지고 있던 세한도는 1930년쯤 일본인 후지쓰가가 구입해 44년 도쿄로 가져간 것을 서예가인 소전 손재형(1903∼81)이 설득해 그해에 다시 환수했다는군요. 후지쓰가는 48년에 숨지고
그의 집은 폭격을 맞았다니 세한도는 하마터면 재가 될 뻔했지요.
<蛇足>
추사 김정희 선생은 제주도에서 8년 3개월(1840~1848년)동안 유배 생활을 했습니다.
세한도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귀양간 사람과 가까히 하면 모함을 받을 우려가 있어 모두가 멀리했으니 얼마나 외로웠으랴 !
제주도로 유배온지 3년째인
1842년 11월 13일, 그의 뒷바라지를 하던 아내 예안 이씨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추사는 언제나 부인에게 한글로 편지를 썼는데 지금도 13편이 전해오지요.
죽은 아내를 생각하여 슬퍼하다 -도망시(悼亡詩)- 김정희(金正喜)
배소만처상(配所輓妻喪)귀양 중에 아내의 상을 당하여
那呼月姥訴冥司
나호월모소명사
來世夫妻易地爲
내세부처역지위
我死君生千里外
아사군생천리외
敎君知我此心悲
교군지아차심비
어떡하면 월하노인을 데려다가 저승에서 소송하여
내세(來世)에는 우리부부의 처지를 바꿔서 태어나서
천리 밖에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남아
나의 이 슬픈 마음을 그대에게 알게 할까
마치 어린 아이가 어머니에게 의자하듯, 부인에게 먹기 좋은 음식 등을 보내달라든 그가 얼마나 슬폈으랴 !
이렇게 외로운 가운데에도 추사 선생에게 중국의 귀한 책을 가져다 준 제자 이상적이 얼마나 고마웠으랴 !
나 역시 척추 수술이후 걷기 어려워 거의 누워 지내는 심정을 세한도가 잘 나타낸 것 같아서..더 .더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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