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현산 천문대
대한민국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지상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높은 자리이리라.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만들어지는 인공의 빛에서 멀어질수록 별빛은 영롱하다.
그래서 1124m 보현산 꼭대기에 최첨단 천문대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이다. 보현산은 전국에서 비는 적게 내리는 반면 일조량은 풍부한 지역으로, 1만원권 지폐 뒷면에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이 도안되어 있을 만큼 유명한 지역이다. 천문대 가는 길은 꾸불꾸불한 산길을 따라 이어진다.
보현산 천문대 관측시설은 일반인이 아닌 천문학자들의 전문적인 천체 관측에 사용된다. 1년에 한 번 야간 개장(14:00~23:00)을 한다. 영천시의 영천 보현산별빛축제 행사의 하나로 진행되는데 영천시 홈페이지(www.yc.go.kr)를 통해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일반인을 위해서는 보현산 천문대 바로 아래에 방문자센터와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다. 4·5·6·9·10월 넷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두 시간 동안일반인을 위한 주간 공개행사가 열린다.
보현산 정상에는 천문대 말고 그림 같은 풍경도 있다. 여기 서면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이 눈앞에 떠다닌다. 아래로 아득하게 펼쳐지는 마을 풍경은 고요하다. 보현산 능선 자락에서 시작되는 천수누림길은 천수를 누리고자 하는 염원은 담은 길이다. 이밖에도 구들장길, 태양길, 보현산댐길, 황계구곡길 등 보현산 천문대를 중심으로 하는 길이 네 개 더 만들어져 있다. 나름의 지역 특색을 살려 지은 길은 이름에마다 색다른 뜻이 담겨 있다. 보현산의 맑은 공기와 숲 내음을 들이키며 동자꽃·은초롱꽃·현호색 등 철따라 피고 지는 야생화를 볼 수 있다.
- 정각별빛마을
별 헤는 밤의 추억을
정각리의 정각(正覺)은 '바르게 깨달음'이라는 뜻. 보현산 남쪽에 있는 산골마을로 보현산 천문대 마을로 알려져 있지만, '정각'이란 마을 이름에 걸맞게 석탑과 절골 등 불교 관련 유적과 지명이 남아 있기도 하다.
천문대와 연관지어 별빛마을이라는 브랜드로 별빛축제를 열고 저농약 쌀과 사과·미나리 등 마을에서 나는 농산물을 상품화하고 있다.
마을 절골 안쪽 언덕배기 들판 한가운데는 영천 정각리 삼층석탑(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269호)도 있다. 근처 자양면 보현리 탑전마을에서 스님 한 명이 밤에 칡넝쿨로 매어 옮겼다고 전하며 절은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고 한다. 밭으로 쓰이는 자그마한 터에 서 있는 탑은 2층 기단에 3층 탑신을 올렸다. 볕이 잘 드는 자리인 듯한데 사방으로 전망이 좋아 예사롭지 않은 터로 다가온다.
마을에는 보현산 천문대와 관련해 마련된 보현산 천문과학관도 있다. 별빛마을에서는 음식도 사 먹을 수있고 숙박도 할 수 있으니 하룻밤 묵으면 별빛 영롱한 산골의 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겠다.
- 옥간정과 모고헌
정만양·규양 형제의 우애처럼 나란히
옥간정(玉磵亭,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270호)과 모고헌(慕古軒, 경상북도유형문화재 271호)은 형제 같은 존재다. 조선 숙종 때의 성리학자인 훈수 정만양(1664~1730)과 지수 정규양(1667~1732) 형제가 은거하면서 자연을 벗삼아 생활하고 제자를 길러내는 한편으로 우애도 다진 곳으로 유명하다. 옥간정은 영의정 조현명, 형조참의 정중기, 승지 정간을 비롯해 인물을 많이 배출했는데 원래는 서원이었으나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서당만 남았다.
아우가 지은 <훈지악보>는 형과 자신의 아호의 머리글자에서 각각 한 자씩 따온 제목이기도 하지만 각기 '훈'이라는 악기와 '지'라는 악기의 이름으로, 함께 불어야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형제간에 호흡을 맞춰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향나무가 안마당에 있는데 이를 일러 자단치경(紫檀稚莖)이라 했다. 보랏빛 박달나무 어린 줄기라는 뜻이다. 물 좋은 골짜기에 정자가 있기 마련이듯 여름이면 옥간정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이 시원하고, 가을이면 계곡으로 펼쳐지는 단풍이 빼어나다. 보통 정자와는 달리 가운데 작은 방이있고 둘레로 작은 마루가 놓여져 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 한 평면 구성이 독특하다. 옥간정 바로 옆에 모고헌이 있는데 4면에 툇간을 뒀으며 같은 울타리 안에 횡계서원이 있다. 누리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모고헌도 옥간정 못지 않다.
- 영천 자천교회
경북지역의 유일한 한옥 교회당
영천 자천교회(문화재자료 제452호)는 경북에 유일한 한옥 교회당이다. 1903년 4월 권혁중이 설립했는데 이 자천교회는 겉모습도 이름나 있지만 내부 구조와 구성이 사실은 더 눈여겨 볼 만 하다. 내부는 두 채를 붙인 겹집 형태인데 늘어선 기둥들이 공간을 둘로 나누고 있다. 늘어선 기둥 사이에 남녀석을 구분하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한 데 비춰보면 이 기둥의 쓰임새를 짐작할 수 있다. 예배를 볼 때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데 쓰인 셈이다.
중앙 열주를 멈추어 넓게 하고, 양쪽으로 기둥을 세워 예배석을 향한 시선을 막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강단과 예배석을 나누는 구조다. ‘남녀칠세부동석’이 엄연하던 개신교 선교 초기의 시대상황과 건축양식, 교회 건축의 토착화 과정이 반영돼 있는 셈이다.
오리장림(천연기념물 제404호)은 화북면 자천리에서 오동리까지 2km에 걸쳐 길게 숲을 이루고 있다. 긴 숲이라 장림이다. 1500년대에 마을의 바람막이, 제방 보호와 홍수 방지를 위해 주민들이 심고 가꾸었다. 나이 150년이 넘는 왕버들·굴참나무 등 12가지 282그루가 자연 그대로 시원함을 빚어내는 숲이다.
200년 전부터는 주민들이 이 숲을 위해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제사를 지냈으며 봄에 잎이 무성하면 풍년이 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믿음이 존재하던 시절도 지나가고 도로가 나면서 숲이 좌우로 나뉘었고 학교 설립, 도로 확장, 1959년 사라호 태풍 등으로 원형이 많이 사라졌다.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숲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인간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계속)
출처: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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