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요 박물관 컬렉션(Museum Collection)
최근 들어 컬렉션보다 전시 기능을 강화하는 미술관들이 개관되고 있다. 그러나 박물관은 무엇보다 컬렉션(所藏, Collection) 기능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소장품의 수준과 성격에 따라 해당 박물관의 수준과 성격을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사회 발전과 공익을 위해 자료를 보관하며 나아가 국가나 인류의 문화재를 구입하고 처분한다. 따라서 박물관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이 여기에 투입되고 이후 보존과 처분 등의 후속적인 업무와 직결된다. 또한, 전시 기능과도 연계되는 부분이 있어 그 절차와 규정 또한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국제박물관협의회 규정에 의하면 박물관은 소장품 정책을 정하고 취득과 관리 및 보존 처리 등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며, 합법적인 소유권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불법적인 자료의 소장을 피하기 위해 자료 출처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문화적으로 민감한 자료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국제적 법령의 존중, 지역 환경에 대한 고려 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유물 관리규정’도 소장 경위나 출처 등이 분명하지 않을 때, 도난이나 도굴 등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 있는 유물로 판단될 때는 매도 신청을 제한한다.
박물관의 자료 소장은 대체로 6가지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학예사들이 구입 작품을 추천하는 경우,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작품 구입을 추천하는 경우, 기증·유증 자료일 경우, 발굴·조사를 통한 자료로서 보존 가능한 경우, 사전 가치 및 가격 검증을 통해 경매 등으로 현장에서 구입하는 경우, 정부나 개인이 위탁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에 앞서 진위감정, 가격감정 등의 철저한 감정이 먼저 진행된다. ’진위감정(Art Authentication)’은 미술품의 진위를 판별하고 진위의 정도와 제작기법 및 재료나 보존상태 등을 식별하는 일이다. 이때는 학자나 딜러, 박물관 연구원, 유족, 재료상이나 표구·액자전문가, 필적감정전문가, 과학자 등이 참여한다. ’가격감정(Art Appraisal)’은 해당 작품의 최근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으로 미술 시장의 동향을 정확히 판단하는 전문가(specialist)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주로 경매 가격이나 시장의 동향, 경제적 환경, 작가의 시기별 희소성, 재료, 보관상태, 서명유무, 소장경로의 확실성 등이 모두 감안되어 가격이 정해진다. 그밖에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행방을 의미하는 ’출처(Provenance)’는 작품의 진위를 논의하는 데에 참고자료로 쓰인다.
세계적 박물관의 대표 컬렉션 살펴보기
■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 France)
이 초상화는 1503년~1506년 사이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상화의 주인공은 피렌체의 직물 상인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Francesco del Giocondo)의 부인인 리사 게라르디니(Lisa Gherardini)로 밝혀졌으며, 이탈리아어로 유부녀에 대한 경칭을 붙여 모나리자(Mona Lisa) 혹은 조콘다 부인이라는 뜻의 라 조콘다(La Gioconda)라고 불리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 작품을 주문한 사람에게 인도하기 보다는 프랑스에 가져가기를 원했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가 프랑수와 1세의 초청을 받았을 때 이 미완성의 초상화를 가지고 갔다가 왕에게 팔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결국에는 레오나르도의 제자이자 상속자인 살라이에 의해 이탈리아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 즉 주인공의 신분과 누가 이 작품을 주문했는지, 레오나르도가 얼마 동안 작업을 했고 얼마 동안 작품을 보관하고 있었는지, 또 어떻게 프랑스 왕실의 컬렉션이 되었는지 등 모나리자에 얽힌 많은 역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 초상화는 당시 일어났던 두 개의 사건 중 하나를 위해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와 그의 아내가 1503년 그들 소유의 저택을 마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499년에 딸이 단명한 이후에 1502년 12월에 둘째 아들 안드레아가 태어난 것이다. 모나리자의 머리 위에 씌워진 어두운 면사포는 정절을 표시할 때 착용하는데, 이것은 바로 애도의 의미로 생각된다. 또한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주름진 가운과 노란색 소맷자락, 어깨에 걸치고 있는 스카프는 그녀의 신분이 귀족 계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모나리자는 착석자의 머리에서부터 허리까지의 반신을 담은 최초의 이탈리아 초상화이다. 풍경 앞에 위치한 인물의 쓰리-쿼터 뷰(the three-qaurter view, 인물의 정면과 옆모습의 중간을 보여주는 것) 형식과 건축적인 배치, 손을 전면에 보여주는 형식은 15세기 플랑드르 초상화법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간적인 일관성과 대기 환각법 혹은 대기 원근법, 작품의 완전한 균형은 이전의 레오나르도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이 완벽한 예술적 형식은 16세기 초반 피렌체와 롬바드 지방에 즉시 영향을 미쳤다.
■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 France)
「만종」은 원래 미국 상인의 아들인 토머스 골드 애플턴이 1857년에 주문한 그림이었지만, 막상 그는 이 그림을 구입하지 않았다. 이후 1889년 루브르에서 구입하려고 했지만 미예술연합(American Art Association)에 선수를 빼앗겼고, 1890년 프랑스인 쇼샤르가 이 그림을 다시 구입해 1909년에 프랑스 정부에 유증했고 루브르를 거쳐 오르세로 이관되었다.
이 작품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는데, 살바도르 달리에게는 특히 그러하였으며 달리는 「만종」을 자신의 작품에서 여러 차례 패러디하였다. 그리고 1932년에는 정신 이상자가 이 그림의 두 곳을 칼로 찢는 사고를 일으키키도 했다.
이 그림은 처음에 1,000프랑에 국외로 팔려나갔지만, 많은 소장자들을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에는 80만 프랑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림 중앙 하단의 바구니와 감자 자리에는 원래 이 부부의 죽은 아이가 목관에 담겨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 부부는 가난으로 세상을 떠난 아이의 시신을 묻기 전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친구의 권유로 다시 감자로 덧그렸다고 하는데, 실제 1932년 X선 검사를 통해 이는 증명되기도 하였다.
■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 France)
「샘」은 1917년 4월 10일 마르셀 뒤샹이 뉴욕에서 열린 독립미술가협회 전시인 앙데팡당전에 ’R.Mutt’라고 서명해 출품한 남성용 소변기로, 레디메이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출품이 되는 동시에 논쟁거리가 되었다. 앙데팡당전은 출품료 6달러만 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시였지만, 협회 측은 작품이 너무 상스럽고 천박하며 비도덕적이라는 이유로 전시를 거부하였다.
뒤샹은 새로 만들어진 창작품이 아닌 기존의 기성품(레디메이드)을 그대로 제시하면서 그것에 어떤 새로운 주제와 의식을 불어넣으면 독립된 하나의 작품이 된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미술가의 역할에 대하여 ’물질을 교묘하게 치장하는 데 있지 않고 미의 고찰을 위한 선택에 있다’고 단언하였다.
■ 테이트 브리튼 갤러리(Tate Britain Gallery, United Kingdom) )
1851년에서 1852년 사이에 완성 된 이 작품은 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연극 ’햄릿(Hamlet)’의 여주인공 오필리아(Ophelia)를 그린 것이다.
개울을 따라 미끄러지듯 누워있는 오필리어는 한 손으로 꽃을 잡고 있다. 그녀의 연인, 햄릿에 의해 아버지가 살해당하자 그녀는 미쳐버렸고, 비통에 빠져 결국 자살하게 된다. 그녀가 잡고 있는 양귀비꽃은 죽음을, 데이지꽃은 무죄를, 팬지꽃은 헛된 사랑을 의미한다.
존 에버렛 밀레이는 배경을 먼저 완성한 후, 엘리자베스 시달을 모델로 하여 오필리어를 완성하였다. 엘리자베스 시달은 오필리아의 포즈를 위해서 램프로 물을 데운 욕조에 한참을 있어야 했다.
■ 프라도 미술관(Prado Museum, Spain)
벨라스케스가 펠리페 4세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중에, 왕과 왕비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그들의 5살 된 딸, 마르카리타 공주를 벨라스케스 작업실로 불렀다고 한다. 이 그림은 공주가 작업실에 막 도착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벨라스케스는 엘 그레고와 프란시스코 고야와 함께 에스파냐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 알테스 박물관(Altes Museum, Germany)
네페르티티(Nefertiti) 왕비는 고대 이집트 제18왕조 파라오 아크나톤(Akhenaten)의 아내이며 투탕카멘의 어머니로 알려져 있다.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은 기원전 1350년 경 제작된 석회석 채색 흉상으로, 이 흉상 덕분에 네페르티티는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한 명인 동시에 아름다운 여성의 상징이 되었다.
이 흉상은 1912년 독일의 고고학자가 발굴하였는데, 이집트에서 3개월간 대여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여 국제적인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오슬로 국립 미술관
절규는 뭉크의 작품 중 표현성이 가장 강하다. 뭉크는 1862년 일기에 ’두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처럼 붉어졌고 나는 한 줄기 우울을 느꼈다. 친구들은 저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나만이 공포에 떨며 홀로 서 있었다. 마치 강력하고 무한한 절규가 대자연을 가로질러가는 것 같았다.’라고 기록하였다. 이는 절규의 환영적 체험을 글로 남긴 것이다.
배경 화면의 구성은 대담하게 사선으로 처리하였으며, 얼굴선의 동적인 처리와 빨강, 노랑, 파랑의 삼원색에 맞추어진 배색 등으로 형식적인 면에서 더욱 강렬한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붉은 구름은 마치 불타고 있는 것처럼 공포스러운 화면 효과를 나타내며 절망적인 심리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United States of America)
전통 회화가 2차원 캔버스 위로 3차원 대상을 최대한 끼워 맞춘 것이라면, 입체주의는 정반대로 3차원 대상을 2차원 캔버스에 걸맞도록 면으로 해체하여 늘어놓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미술사 최초의 입체주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그림에는 다섯 여성의 누드가 등장하는데, 여성들의 인체, 천, 커튼, 그리고 배경이 원근법에 구애되지 않고 하나의 면 위에서 뒤섞여 처리되어있다. 또한, 이 그림에는 19세기 말 유럽 예술계를 강타한 원시 아프리카 미술의 모티프도 뒤섞여 나타난다. 그림 우측의 여인 들은 서부 아프리카의 원시 가면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도 전한다.
이러한 과도기적 성격 때문에 미술평론가 존 버거(John Berger, 1926~)는 이 그림이 ’미완성’ 상태라고 평가하였다. 현재 이 그림은 뉴욕 현대 미술관의 소장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힌다.
■ 국립중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Korea, Republic of Korea)
「반가사유상」은 머리에는 화려한 관(冠)을 쓰고 있고, 네모꼴에 가까운 얼굴에 광대뼈가 나왔으며, 입가에 미소 띠면서 손가락을 뺨에 대고 있는 모습의 보살상이다.
전체적으로 탄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율동적이어서 보살상의 우아한 모습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며 우아한 곡선미도 느낄 수 있다. 왼발을 올려놓은 타원형의 대좌(臺座)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으며, 머리 뒷부분에 흔적만 있을 뿐 광배(光背)는 없어진 상태이다.
1963년, 방사선 투과에 의하여 촬영한 결과 재질이나 제작수법이 특이하고, 주조기술 또한 고도로 발달되었으며, 내부의 결함이나 보수의 흔적이 없이 보존이 비교적 잘된 작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에 반가사유(半跏思惟) 형식의 불상이 유행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반가상이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글, 사진 최민정 기자 cmj@heritagechannel.tv
강연 최병식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취재협조 겸재정선기념관
강연 최병식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취재협조 겸재정선기념관